불편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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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8-20
2021년 현재, 비트코인의 가치는 1 비트 당 약 50,000달러이고 많은 블록체인 회사들이 보안과 신뢰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비전을 내세우며 다양한 암호화폐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대부분 서비스가 블록체인 없어도 구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기술의 성숙도와 그 효용성을 이유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지금도 암호화폐 시장이 초기이지만, 과거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내재적 가치의 유무를 떠나서 디지털 데이터가 현재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의 SEC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하고 캐나다에서는 현물 ETF까지 승인하였고 이제 암호화폐는 본격적으로 세계 금융의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길목에 들어서 있다. 비록 2017년도 이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일시적으로 감소하였지만, COVID19로 인해 글로벌 팬데믹을 겪으며 일반인들은 자산과 고용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변화를 일으켰다.
예를 들어 아직 금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속해서 전통적인 금융 자본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변동성이 점차 줄어들고 암호화폐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이 증가함과 동시에 일부 금융권에서는 비트코인을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하고 Hedge 수단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하여 암호화폐의 다양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의 위협과 쌓여만 가는 부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일반인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기관들도 암호화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특히 CBDC(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시대를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CBDC에 기대하는 효과는 통화 관리 정책 측면에서 안정성과 송금 속도 상승 등이 있으며 이미 많은 국가와 금융 기관들이 본격적으로 CBDC를 포함한 암호화폐를 가상 자산으로 다루기 위해 규제와 세금, 그리고 ODL 채널을 통한 국가 간 환전이나 송금 시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실물 자산에서 벗어나 디지털 자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자산의 범위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하는 것일까.
자산과 소유에 대해 과거와 다른 접근 방식은 암호화폐를 구성하는 블록체인의 합의 알고리즘을 통해서 투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 백서에 따르면 "사람들이 엮이지 않고 시스템을 약화시켜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이기적인 방법보다는 약속대로 정직하게 시스템에 참여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상이나 목적 그리고 계속 새롭게 생겨나는 합의 알고리즘들이, 무조건 정직하고 정의로운 합의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합의 알고리즘, 암호화폐라는 것은 "공정" 에 대한 방법론이며 일반 사람들이 양극화되는 사회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이미 우리 사회는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이를 지속하기 위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으므로, 전체가 만족하는 "공정"에 대한 해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합의 알고리즘에는 탐욕, 희망 그리고 향후 100년을 책임질 자산의 범위에 대한 새로운 정의 방법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초자본주의적 상태에 놓여있고 사회의 공정한 합의를 끌어내고자 한다. 그럼에도 사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고, 더욱 양극화된 미래로 향하는 불편한 합의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